박형래 교수의 헌법 이야기
화난 국민, 침묵하는 국민, 투표하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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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07 07:07:15
작성자: NNP info@newsandpost.com
2014년 중간선거 (대통령 선거 사이에 하는 선거) 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민주당은 겸허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합니다. 공화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음에 따라 당의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합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공화당을 선택한 것이기때문에,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보면,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의문이 듭니다. 불과 6년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위치가 정반대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런 의문이 더욱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선거, 그리고 그 패자는 공화당, 민주당, 의회 그리고 대통령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출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려 80%의 투표자가 “분노” (anger)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어느 한 쪽을 향하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의회의 지지도는 10%대에 머물렀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40%대, 그리고 두 정당의 지지도 역시 매우 낮게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표면적인 선거 승리는 마치 꼴찌 경쟁에서 간신히 꼴찌를 면하고 기뻐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하겠습니다. 그것고 꼴찌를 면한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꼴찌한 자가 너무 못했기 때문이라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현상은 비단 이번 선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2006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회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은 민주당 의회를 만들었고, 2008년에는 민주당의 정책을 지지해서라기 보다, 공화당과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의 의미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오바마 케어로 대표되는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독주에 실망한 국민이 공화당 의회를 만들어, 민주당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여러면에서 우세하였지만, 공화당 스스로의 헛발질에 의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습니다. 2014년 이번 선거는, 지난 2년간 두 정당의 지겨운 힘겨루기에 화가 난 국민이 양당에 경고를 보냈지만, 대통령이 속해있는 당에 더욱 엄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최근의 선거는 점점 더 누가누가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누가 못하나의 게임이 되어가는 듯 하여 걱정이 됩니다. 2010년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이후로 우리 국민이 지켜본 워싱턴 정치는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 그래서 실종된 정치와 오로지 당파싸움으로 점철된 진흙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승리한 공화당까지 모두 입을 모아,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에 답하겠다고 그럴듯 하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의 끝쪽으로 가면, 다시 하나같이, 상대편이 잘못을 인정하고 내 의견에 동조하면 합의를 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옳고 너희가 틀렸으니, 우리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난 4년간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말을 선거끝나자 마자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요? 의회 지지도 10%대의 역대 가장 비생산적인 국회, 지지율 40%대의 인기없는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믿는 구석은 무었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현재 미국이 처해있는 정치 구조적 문제와 민주주의의 근본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루어 져야 합니다. 그 고민은 바로 낮은 투표율과 경쟁없는 선거에서 오는 민의의 실종 혹은 왜곡입니다. 중간선거는 대통령선거보다 흔히 낮은 투표율을 나타내지만, 이번 선거도 약 30% 내외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중 하나는 특별한 경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원의원 435명 선거중 약 20여개의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이미 선거전에 승자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구가 강한 민주당 혹은 공화당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원의원 선거도 34 선거중 약 6-7개, 36개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6-7개 주만 치열한 접전을 벌였을 뿐입니다. 미디어는 주로 이런 곳을 집중 조명하기에, 이번 선거가 매우 치열했다는 착각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실상 거의 대부분의 선거는 별다른 경쟁없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미국 선거의 특징중 하나이며, 낮은 투표율의 한 원인입니다. 왜 이렇게 경쟁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이런 낮은 경쟁의 선거에서는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본선거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예비선거의 투표율은 약 10%내외를 보이고 있으며, 이때의 투표자들은 보통 강한 이념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은 국민이 공화당을 지지했다고 말하지만, 도대체 그 국민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정작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혹은 경청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자신들을 “당선”시켜준 투표자들의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본선거에서 표를 준 사람들 보다는 예비선거에서 표를 준 소수의 강한 이념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 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왜 14%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의회의 의원들이 거의 대부분 다시 당선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 지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참여하는 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귀울이는 법입니다. 화난 국민을 무섭워하긴 하지만, 화만 내고 투표하지 않은 국민에게는 무서운 척만 합니다. 화가 났던, 안났던 투표하는 국민은 정치인에게 정말 무서운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국민이었습니까? 이번 선거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박형래 약력
필자는 고려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퍼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후 현재 텍사스 주 엘파소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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